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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가르칠 사람은 없다 격식 파괴한 中 천재 건축가 - 매일경제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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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건축가 왕수는 폐허 속에 피어난 이단아다. 예술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반역으로 몰리는 문화대혁명을 뚫고, 세계가 인정하는 건축가로 만개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자연과 역사, 전통의 경계를 넘나들며 세계 건축사의 길이 남는 발자국을 남겼다. 그가 지은 중국미술대 샹산캠퍼스, 닝보박물관은 명소로 중국 건축을 빛낸다.
건축계 노벨상 프리츠커 위원회가 2012년 왕수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중국인 최초 수상이자, 역대 최연소(49세)라는 또 다른 기록도 새겼다. 왕수의 건축 사유를 담은 책 `집을 짓다`가 출간됐다. 수필·회고록·논문·인터뷰·사진·산수화 등 볼거리·읽을 거리로 가득하다. 대표 건축물을 짓는 과정의 에피소드에서는 그의 사색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천재는 제도권과 불화한다. 왕수는 대학 2학년 때 "나를 가르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선언하고,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24세에는 중국 근대 건축계와 건축사를 비판해 건축학계에 반기를 들었다. 여러 격식을 파괴하는 동시에 자기만의 건축 세계를 창조했다. `부조화 속의 조화`라는 형용모순은 그의 건축관을 온전히 설명한다. 프리츠커 상 심사위원장 로드 팔럼보는 총평에서 "왕수의 건축물은 전통과 현대의 대립을 넘어 시간의 흐름에 구애받지 않으며, 역사성을 기반으로 세계적 보편성도 함께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예술의 근원이 자유에 있음을 그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자연의 대척점은 분명 문명일 테지만, 왕수의 건축 세계는 그 간극을 줄이고자 노력한다. 그 땅에 뿌리내린 재료를 사용해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중국미술대학교 샹산캠퍼스 건축 당시 철거지 전통가옥에서 나온 기와를 재활용하고, 연결고리와 빗장은 시골의 대장장이가 직접 만들어준 것을 사용했다. 건축 용지에 살아 숨쉬는 풀·나무·숲도 캠퍼스 안으로 온전히 품었다. 건축에는 지역성과 역사성이 담겨야 한다는 철학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새 것을 최고로 치는 주류 건축관과는 차이가 두드러진다.

왕수는 "집은 하나의 우주다. 고로 집을 짓는 행위는 하나의 작은 세계를 창조하는 일"이라고 했다.

우아한 철학은 우아한 건축을 낳는다. 철학이 부재한 대한민국에, 아름다운 건축물이 싹 틔우지 못하는 까닭이다.

천재의 사유 세계를 유영하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유희다. 빽빽하게 찬 개성 없는 성냥갑 아파트. 치솟는 아파트 가격에만 베팅하는 미(美) 의식을 잃어버린 시민들. 이 땅에 이단아 왕수의 재림을 상상한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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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6, 2020 at 03:11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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