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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건축가의 세상짓기] 코로나 이후의 건축 / 노은주·임형남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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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은주·임형남 가온건축 공동대표 사람들은 세기가 바뀔 때나 사회적으로 큰 변동이 생길 때, 세상이 변하고 건축도 많이 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기억하는 큰 변화는 산업혁명 시기와 20세기로 접어들던 무렵에 있었다. 도시로 사람들이 몰렸고 주거와 건축의 모습이 크게 바뀌었다. 새로운 기술의 발달로 건축의 형태는 무척 다양해지고 비로소 현대의 건축이 시작되었다. 그 이후 현대건축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작은 변화가 이어지긴 했지만 20세기 초반 정도의 질적인 변환은 없었다. 21세기로 넘어오면 정주의 개념이 없어지고 움직이는 집에서 음식 대신 캡슐로 영양을 보충하며 살 줄 알았지만, 우리는 오히려 땅에 더욱 집착한다. 세상은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 코로나 이후에 세상이 많이 바뀔 것이라고들 하는데, 코로나라는 질병은 과밀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세계의 많은 대도시에서 환자가 급증했고, 특히 우리나라 환자의 대부분은 요양병원, 종교시설, 콜센터, 택배 관련 회사 등 밀집된 채 운영되는 시설들에서 발생했다. 코로나 이후의 건축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많이 돌아다닌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니 새로운 설비를 갖추어야 하며 집이 더 커져야 한다든가 하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각자의 입장 혹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의 기대를 반영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핵심은 가치의 재정립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가 절대적인 기준으로 알았던 것들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사람들을 한군데 모아놓고 집중 개발하던 방식을 벗어나 각자의 삶의 가치와 인간의 존엄에 대한 생각이 다시 고개를 들 것이다. 사람 간의 거리 혹은 혼자 사는 방식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그런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서로 공감할 수 있고 인류애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인간의 뇌에 있는 거울뉴런이라는 특별한 기능은 타인의 행동을 보고 공감하게 하는 능력이다. 지능과 함께 인간이 지구상 먹이사슬의 정점을 차지하게 만든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인터넷의 발달과 최근 코로나 사태 등으로 인해 요즘 사람들은 직접 접촉하고 소통할 기회를 점점 잃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창문을 통해 보는 세상에서는 직접 사람의 감정을 느낄 수 없다 보니 필요 이상의 악한 말들이 오고 가곤 한다. 말하자면 인류는 점점 공동체가 아닌 파편들이 되어가는 것이다. 그동안 당연한 것으로 알았던 것들과 익숙한 방식을 비판적으로 돌아보아야 하며, 지금 이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삶이 이루어질 수 있는 건축을, 그리고 무엇보다도 같이 사는 삶을 생각해야 한다. 지금의 이 질병은 우리에게 이제는 좀 돌아보며 살라고 하는 긴급한 경고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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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18, 2020 at 03:54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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