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부부 건축가 생존기, 그래도 건축 (사진=눌와 제공) 2020.07.17. photo@newsis.com |
부부 건축가는 만삭의 몸으로 사무소를 등록하고 닷새 뒤 셋째 아이를 낳았다. 부부 두 명이 대표인 동시에 직원 전부인 초라한 건축사사무소지만, 우연히 도전한 공모전에 당선되어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게 된다. 사무소와 나이를 같이하는 셋째를 아기띠에 안고 지방에 내려가 공모전에 등록하고, 유모차에 태워 공모전 시상식장에 들어가고, 회의실 한구석에 놀게 두고 회의하며 함께 성장했다. 학교 다목적강당 설계에서는 가장 중요한 아이디어가 훼손되어 절망할 때도 있었지만, 새로 생긴 다목적강당 덕분에 학교 가는 게 즐거워졌다는 학생의 팬레터에 힘을 얻기도 한다.
"영국에서 귀국한 뒤, 우리는 2014년 11월 말에 드디어 우리만의 사무소를 열었다. …이때 우리의 나이는 각각 마흔과 마흔하나, 함께 대학원을 졸업한 지 벌써 14년이나 된 시점이었다. 둘 다 2004년에 건축사 시험에 합격했으니 10년 동안 장롱면허로 썩혔던 자격증을 이제야 겨우 써먹게 된 것이다. …요즘 기준으로 볼 때 10년 가까이 늦은 셈이다."(p.23)
결혼을 약속하고 청첩장을 같이 디자인할 때 파혼에 이를 정도로 싸워서 ‘설계는 절대 같이하지 말자’고 다짐했던 둘이지만, 이제는 사무소의 공동 대표이자 일상생활을 함께 꾸리는 부부로서 싸우고 협력하고 버둥거리며 톱니바퀴처럼 철컥철컥 앞으로 나아간다. 젊은 부부 건축가의 사소한 시작, 치열한 일상, 그리고 지치지 않는 열정을 담았다.
"내가 아는 모든 젊은 건축가들은, 그들이 허풍을 떠는 게 아니라면 한 명도 빠짐없이 생존형 건축가다. 다시 말해 매 순간 ‘과연 이 일로 생계를 꾸려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빠져 있다는 뜻이다."(p.205)
부부는 돈 벌려고 일하는 것이 아닌 일 하려고 돈을 버는 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부족한 설계비, 계속된 설계공모전 낙선 등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작은 건축사사무소의 상황을 전하며, 현실적으로 건축 설계비는 어떻게 산정해야 하는지, 건축가들이 실제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는지도 짚어준다. 전보림·이승환 지음, 252쪽, 눌와, 1만3800원.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July 17, 2020 at 09:22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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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현실…'부부 건축가 생존기, 그래도 건축'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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